나는 처음부터 워킹맘 창업자가 아니었다
2024년 6월, 처음 회사를 설립했다.
그때 나는 워킹맘이 아니었다.
올리브영이 첫 직장이었고, 퇴사 후 사업을 꿈꾸며 브랜드사, 제조사를 겪어가며 최종적으로 스타트업 초기 멤버로 합류해 회사의 운영 방법과 전반적인 경영 전략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화장품 영업과 PM 일을 13년 동안 해왔으니 그만큼 단단하게 다져진 인맥이 많았다. 그래서 나의 도메인인 영업을 기반으로 화장품 산업 플랫폼 비즈니스를 계획했다.
사실 제품을 기획하고 제조하고 개발하는 과정은 너무나 익숙했다. 하지만 화장품 브랜드 창업은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기도 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2차 비즈니스로 생각했었다.
정말 열심히 사업을 생각하고 준비했고, 이 분야의 최고가 되고 싶어 향장학 박사까지 도전하면서 열심히 살았다.
2024년, 이제 대학원 박사 졸업 일정도 머지않아 보였다.
그래서 자신 있게 시작했다.
“이제 내 것을 해봐도 되겠다.”
그렇게 덜컥 법인부터 만들었다.

그런데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될까?
나는 어느 정도 계획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저 시간이 문제였을 뿐이다.
하지만 임신은 내가 준비할 새도 없이 그 시간을 너무 많이 당겨버렸다.
병원에서는 임신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 역시 천천히 준비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임신이 됐다.
엄마가 된 것이다.
당연히 박사 졸업 일정도 뒤로 밀렸다. 박사과정을 겪은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 것이다. 스트레스로 하혈을 할 정도이고 탈모가 온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제 워킹맘인가? 엄마인가?
나 논문은? 졸업은?
법인인데 어떻게 하지? 영업은 어떻게 다니지? 조심해야 할 텐데.
이미 회사는 만들었다. 시작해버렸으니 끝은 봐야지!
사실 처음 계획했던 비즈니스 모델은 화장품 제조가 아니었다.
나는 화장품을 정말 좋아한다. 아니, 화장품을 영업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그 화장품이 살아가는 역사를 보는 게 재미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평생 화장품만 보고 살아왔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인맥과 지식을 총동원해 화장품 산업과 연결된 플랫폼이나 SaaS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계획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했다.
제품을 만드는 일과는 또 다른 시장을 이해해야 했고, 새로운 영업 구조와 마케팅 전략, 앱 개발 구조도 공부해야 했다.
임신과 함께 시간을 이전처럼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결정을 내려야 했다.
결국 비즈니스 모델을 바꿨다.
내가 가장 잘 알고, 가장 빠르게 의사결정할 수 있는 분야로 돌아왔다.
결국 다시 K-뷰티, 그리고 내가 가장 잘 아는 화장품 브랜드였다.
그렇게 첫 상품 개발을 시작했다
첫 임신은 생각보다 신경 쓸 일이 많았다.
화장품을 개발하는 사람에게 샘플 테스트는 일상이다. 제형을 바르고, 향을 맡고, 여러 원료와 제품을 계속 직접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임신을 하고 나니 이전과 같을 수 없었다.
제품을 만들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내가 써도 괜찮을까?
뱃속의 아이에게도 괜찮을까?
물론 요즘은 대부분의 업무를 배송과 온라인, 코로나 이후 미팅도 활발해져서 원격으로 모든것을 처리할 수 있다. 내가 회사를 다닐때 이런 업무구조 였다면 더더더 날라다녔을텐데…ㅎㅎㅎ
당시 회사 인원도 나 혼자였다.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했기 때문에 오히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한개 상품에 집중하면서 개발을 이어갔다.
10개월이 걸렸다.
10개월 뒤 3월 첫 제품을 출시했다.
“뷰티비 쉬폰 크림 실키 밸런스 마스크 16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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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에도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최대한 확인했고, 넉넉한 대용량에 제품은 다섯 가지 효능·효과 시험 결과까지 갖춰서 시장에 보였다.
쉬폰크림 워시오프 마스크도 나에게는 하나의 출산과 같았다.
나는 꽤 뿌듯했지만 계속 아쉬웠다. 이제 영업해야하는데, 나 영업맨인데 팔아야 속이 시원한 사람인데.. 하는 마음이 가득했지만 몸이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상황이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나니 모든 우선순위가 달라졌다.
나도 결국 엄마였네? 일보다 아이가 먼저 보였다.
내가 만든 제품도 돌봐야 했고, 회사도 돌봐야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이 하나만 돌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끝났다. 우리엄마는 나때문에 예정에도 없는 넷째를 같이 키운셈이 되어버렸다.. (우리집은 삼남매)
쉬폰크림 워시오프 마스크도 같은 시기에 태어난 내 또 하나의 아기였지만, 두 아이를 동시에 잘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워킹맘이 된 나는 엄청난 산을 넘어가는 시기였다.
그렇게 출시 후 1년이 지났다
그럼 나는 이제 영업할 수 있는 상황이 됐을까.
출산 후에도 대외적인 활동을 아예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필요한 미팅도 했고, 제품 관련 업무도 조금씩 이어갔다.
하지만 적극적이지는 못했다.
아이가 너무 어렸고, 내 마음도 아직 밖으로 완전히 나갈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이 핏덩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는 게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제 돈 벌어야 한다.
우리 상품도 이제 좀 보여줄 때가 됐다.
제품을 만들 때는 개발에만 집중했다.
제형을 보고, 성분을 보고, 테스트 결과를 확인하고, 생산 일정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 사이 미뤄둔 일은 생각보다 많았다.
홈페이지도 다시 손봐야 했고, 상표권도 정리해야 했다.
국내 판매채널뿐 아니라 해외 진출을 위한 글로벌몰과 해외 판매채널도 다시 챙겨야 했다.
제품을 알릴 콘텐츠도 필요했고, 유통과 영업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사실 이 모든 일은 제품을 만들면서 동시에 했어야 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그럴 여력이 없었다.
이제 와서 하나씩 다시 하려고 보니 막막했다.
제품 하나 만드는 데는 그렇게 집중했는데, 정작 그 제품을 세상에 보여주는 일은 또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특히 K-뷰티 브랜드가 계속 많아지는 시장에서는 좋은 화장품을 만드는 것과 소비자에게 발견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지 않는가..
엄마들을 보면서 힘이 난다
주변을 보면 아이를 키우면서도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자신의 일을 이어가는 워킹맘들이 정말 많았다. 심지어 둘째, 셋째 엄마들.. 너무 대단하다. 사람들이 나보고 수퍼맘이라고 하는데 아니.. 세상엔 더 대단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쓰고 있으면서도 너무 소름 돋는다. 많이 보고 배워야지
창업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에 쉬운 상황은 아닐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것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 대단하고 나도 빨리 일하고 싶은 마음이 솟고 워킹맘 동지로서 힘이 났다.
아직 어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다시 일을 시작하는 설렘도 분명히 있었다. 아이를 떼놓는 이 시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과 함께.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다시 창업자의 모드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가 브랜드를 만드느라 놓친게 무엇이지?
워킹맘의 업무 복귀에도 준비가 필요하지만, 창업은 그보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제품만 있다고 바로 사업이 굴러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브랜드 광고, SNS 운영, 다음 라인 계획, 채널 노출, 행사 참여, K-뷰티 글로벌몰 관리와 해외 진출 준비, 상표권, 홈페이지, 판매채널 관리, 물류관리, 콘텐츠, 영업, 광고, 고객관리까지.
모두 조금씩 놓치고 있었다.
아니, 안 본 척한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의 제품을 시장에 제대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요소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화장품 브랜드 창업은 제품 개발이 끝나는 순간이 시작점에 가까웠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내 물건들을 잘 보관해주고 있고, 채널에서 쫓아내지 않고 잘 노출시켜준 분들이 있기에 아직 노출되고 있는 것 같다.
출산 이슈로 몸이 많이 힘드니 언제든 힘들면 말하라고, 무일푼으로 돕겠다고 해주신 분도 있었다.
출산 후 내가 잘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과정 또한 필수적이고 너무나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
이제 이해가 간다.
그들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많이 복잡했을 것 같다.
항상 감사한 마음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쁘게 놓친 것을 채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다
사업자를 내고, 엄마가 되고 불안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차라리 졸업을 위해 논문만 쓰고 싶을 정도로 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회사 다닐 때처럼 업무를 하면서 그 모든 부서에서 하던 절차를 내가 다 하려니 해야 하는 일이 너무나 많았다.
너무 완벽을 꿈꿨다.
하지만 완벽을 꿈꿀수록 앞으로 나갈 수가 없더라.
브랜드 창업은 완벽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일이 아니라,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해 계속 고쳐가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물론 준비는 철저해야 한다. 그래도 완벽할 수 없는 것이 창업이고 환경 컨트롤이다.
이 말은 결국 일단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 안에서 일했다.
하지만 창업자는 그 시스템 자체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벽한 홈페이지도 없고, 완벽한 영업자료도 없고, 완벽한 업무 프로세스도 없다.
일단 만들고, 써보고, 문제가 생기면 고치고, 다시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건 지금 아무도 내 것을 보지 않는다. ㅋㅋㅋ 그러니 일단 오픈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보는 사람들이 생기고 완성도가 높아진다.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으니 모든 일을 100점으로 하려고 하면 결국 아무것도 끝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 오늘 끝낼 수 있는 것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기 시작했다.
일단 시작하자
누구나 포부가 있고, 시작할 때는 불안하다.
시작하고 나서 알게 된 것도 많았고, 틀려서 다시 고친 것도 많았다.
처음부터 알았으면 좋았을 일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시작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몰랐을 일들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 누군가 워킹맘 창업이나 화장품 브랜드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자.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시작하자.
사업은 시작하는 순간 모든 것이 완성되는 일이 아니었다.
해보면서 배우고, 고치고, 다시 선택하면서 조금씩 내 방식이 만들어지는 일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하는 창업도 마찬가지였다.
남들보다 느릴 수도 있고,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때로는 멈췄다가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계속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글도 성공한 사람의 정답이라기보다, 먼저 조금 겪어본 사람이 남기는 기록에 가깝다.
누군가에게는 이 기록이 워킹맘 창업을 시작하기 전 불안을 조금 덜어주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누구나 포부가 있고, 시작할 때는 불안하다.
그래도 결국 달라지는 건, 시작한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잘하는 것, 그것을 찾아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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